목차
1. 3년만의 시장 장악
2. 에이클라는 B-29 , 쿠팡은 B-52
3. 쿠팡플레이, 스포츠팬과 시청자에게는 축복??
4. 그래도 IP, 원천 IP가 있는 곳에 가장 큰 돈이 몰린다
1. 3년만의 시장 장악
2025년 3월 18일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 MLB 다저스:컵스의 경기를 보니 작년 3월 20일 서울 고척돔에서 2024년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생각이 났다.
오타니의 다저스와 김하성의 파드레스의 공식경기다. MLB(Major League Baseball)의 세계화 전략에 따른 월드투어 중 하나이다. 2경기의 MLB 공식경기와 4경기의 친선경기로 구성된 MLB 서울시리즈의 호스트는 쿠팡이었다. MLB가 아닌 쿠팡이다. 쿠팡은 단순히 방송권을 구매한 것이 아닌 서울시리즈 전체의 스폰서십을 맡았다. 기존의 MLB 방송권자인 에이클라(스포티비)의 권리를 무력화시킬 만큼의 대가를 MLB에 제공하고 무키 베츠, 오타니, 마차도, 김하성의 경기를 개최하고 방송한 것이다. 경기운영을 제외한 시리즈 운영을 담당하고 마케팅권리를 가졌다. MLB/KBO와의 협조, 방송제작, 홍보, 스폰서 유치, 티켓판매, 선수단 케어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책임지고 또 실행했다.

쿠팡은 지난 3년간 빅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 외에 스포츠콘텐츠 구매에서도 압도적 모습을 드러냈다. 지상파를 무너뜨린 에이클라의 공습이 마무리될 즈음 쿠팡이 단숨에 그 왕좌를 차지해 버렸다.
2. 에이클라는 B-29 , 쿠팡은 B-52

라이브 스트리밍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시작된 OTT의 공습은 대한민국 방송시장 특히 스포츠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쿠팡은 2021년 본격화된 ‘쿠팡플레이’ 라는 OTT를 통해 불과 3년여 만에 방송콘텐츠 시장의 메인 플레이어가 되었다. 다국적 거대자본을 갖고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킬러콘텐츠를 무차별 사냥하고 있다. 광고 판매와 콘텐츠 재판매라는 기존의 수입원과는 다른 셈법으로 아래의 콘텐츠를 구매했다.
쿠팡이 구매한 주요 콘텐츠 (독점은 빨간색으로 표시)
*독점의 의미는 모든 방송 매체의 권리(All Rights)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로
매체별로 재판매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 유료플랫폼(특히 OTT)은 채널 존립 특성상 재판매를 거의 하지 않는다.
#AFC 축구 패키지 (2025~2028) 월드컵 최종예선/아시안컵 등 모든 권리
#대한축구협회 패키지 (2022~25) 국가대표팀 모든경기 온라인권리
#K리그(프로축구) 온라인 권리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2025-26 시즌부터 6시즌
#라리가#분데스리가 5시즌#덴마크 수페르리가
#FIBA 농구 월드컵#내셔널 바스켓볼 리그 (호주)
#데이비스 컵(테니스)#FIVB 여자배구 네이션스리그#ONE Championship(격투기)
#포뮬러 1(자동차경주)#럭비 월드컵#NFL (미국)
이 콘텐츠를 3년 만에 긁어모은 것이다. 특히 축구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거의 1억달러 이상을 방송권 구매에 썼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외 킬러콘텐츠는 올림픽, 월드컵(JTBC), 프로야구(지상파 컨소시엄/CJ티빙), MLB(에이클라), KLPGA(SBS) 정도다.
스포츠콘텐츠 시장에서 방송권을 구매하던 주체는 지상파 3사, 지상파 계열 스포츠 케이블, 에이클라 등이었다. 2024년 현재 메인 플레이어는 JTBC와 CJ E&M(티빙), 그리고 절대강자 쿠팡이다. 자본력을 앞세운 메인 플레이어들의 화력에 지상파는 물론 다양한 유료채널로 스포츠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던 에이클라(스포티비)도 맥을 못추고 있다.
쿠팡은 유료채널 운용의 핵심 콘텐츠인 EPL을 에이클라로부터 뺏어왔고 축구 AFC패키지는 CJ로부터 뺏어왔다. 김민재의 분데스리가 경쟁에서도 CJ를 따돌리고 승리했다. 최근 주요 콘텐츠 경쟁에서 모두 승리한 것이다. 티빙이 연간 450억을 주고 3년간 프로야구 온라인 권리를 획득했는데 쿠팡의 참전 여부가 큰 관심거리였다. 프로야구 구단 팀 구성을 보면 쿠팡이 왜 참전을 안 했는지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유통 라이벌 팀이 있고, KBO는 구단이 주요 의사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때는 최고의 킬러콘텐츠였던 월드컵과 올림픽은 2024년 파리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지상파 손을 떠나 JTBC로 넘어갔는데 자본잠식 중인 JTBC의 행보는 모기업의 규모를 생각하더라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월드컵 방송권료는 1억 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금액으로 알려졌다. JTBC는 2023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999.25%다.
쿠팡의 스포츠시장 폭격은 스포츠마케팅을 이용해 주 종목인 유통부문의 확장을 가능케했다. 저 다양한 쿠팡의 스포츠콘텐츠를 보려면 월 와우회원 가입을 통해 월 구독료를 내야 한다. 로켓배송과 쿠플 무료 시청이라는 양대 무기를 갖고 대한민국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한 손엔 코란과 또 한 손엔 칼로 북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를 정복한 이슬람의 사라센제국을 연상케 한다. 그들의 셈법이 다른 이유다.

와우회원은 약 1,400만명 × 7,890원/월 = 1,104억/월
단순계산으로 약 월 1,104억원 / 年 1조 3,250억 (구독료)
국민일보 2024. 4. 12
3. 쿠팡플레이, 스포츠팬과 시청자에게는 축복??
각종 비대칭 규제로 레거시미디어 특히 지상파는 손발, 머리가 묶여 있었다. 그 사이 국내외 자본으로 무장한 각종 업자들은 이 시장을 점령했고, 그 폐해는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도되고 있다. 그 대표사례가 스포티비 나우(SPOTV NOW) 같은 유료채널의 등장이다. 손흥민의 EPL 경기를 SBS 스포츠채널에서 방송할 때는 당연히 무료였지만 에이클라는 유료플랫폼을 통해서만 라이브로 시청하게 만들었다. 비싼 방송권료를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지상파나 지상파계열의 방송사가 유료개념을 도입했다면 여론의 뭇매를 맞았을 것은 명약관화다.
공영개념이 미미한 일반사업자들은 과감하게 유료플랫폼을 도입했다. 천정부지의 방송권료를 커버하기 위해서다. 쿠팡은 최근 EPL 축구를 연간 700억원 규모로 6시즌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수입으로는 절대 커버되지 않는 이런 방송권료는 결국 시청자의 직접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쿠팡은 구독료를 꾸준히 인상해 왔다. 로켓배송으로 일종의 물타기를 하고는 있지만, 쿠팡은 교묘하게 소비자(시청자)를 현혹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유통시장 장악에 스포츠콘텐츠가 이용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장은 더더욱 왜곡되면서 말이다. 한번 올라간 방송권료는 절대 내려오지 않는다. 해외판권자들은 안팔면 안 팔았지 절대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 단 한 번도 월드컵과 EPL의 방송권료는 떨어진 적이 없다. 그 피해는 다시 시청자의 몫이 될 수 있다. 쿠팡은 본업인 유통시장을 위해서라면 대한민국 스포츠콘텐츠 시장에서 언제라도 철수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래서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 OTT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 지금의 방송법 틀 안에서는 OTT를 규제할 근거와 체계도 없다. 방송법 체계 자체를 획기적으로 재설계해야만 가능하다. 정책 당국도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여기서 거론되는 한 가지 이슈가 있다. 바로 스포츠 경기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 이다. 주요 스포츠 경기의 중계권을 OTT업자가 독식하면서 2007년 방송법에 도입되었던 ‘보편적 시청권’ 개념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의 시청 소외, 추가적인 콘텐츠 이용료 상승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편적 시청권이란 정확하게 무엇일까요? 보편적 시청권은 국민적 관심을 받는 스포츠 경기 방송권이 무료 방송사에 확보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보편적인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월드컵과 올림픽 한국 국가대표팀 경기의 경우 90%의 가시청 가구가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민 관심행사 고시 개정 등 여러 방법을 통해 보편적 시청권과 관련한 제도적 개선을 논의하고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올시즌 프로야구의 온라인 권리가 OTT인 티빙에게 팔렸다. 그동안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중심의 온라인 서비스에서 구독료를 내야하는 OTT에게로 권리가 넘겨졌다. 문제는 모든 매체의 권리(All Rights)가 종료되는 3년 후 프로야구의 권리가 대자본의OTT로 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민스포츠로 불리고 있는 프로야구까지도 완전 유료독점화된다면 국민정서상 상당한 저항이 예상된다. 프로야구는 국민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사적 영역인 방송권시장에서도 최소한의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시장참여자들만으로는 해결 안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4. 그래도 IP, 원천 IP가 있는 곳에 가장 큰 돈이 몰린다
어느 스포츠콘텐츠보다 ‘최강야구’가 제일 좋아 보인다. 단순히 방송프로그램에 머물지 않고 마케팅으로의 확장도 보여주고 있다. 티켓을 판매하고 있고 최강야구의 브랜드화를 지향하고 있다. 잇따른 ‘최강’ 시리즈가 그 반증이다. 곧 ‘최강럭비’도 방송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근 JTBC와 장시원PD의 C1프로덕션의 논란의 가장 핵심은 '최강야구'라는 이름, IP이다. IP의 소유권 싸움이다. '미스트트롯' 싸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무한도전의 김태호PD는 ‘강변북로가요제’, ‘토토가’ 등 수 많은 음악콘서트를 프로그램화해 빅히트 시켰지만 모든 수익을 기부하며 마케팅으로 연결시키지 않았다. 공영방송 MBC의 한계이기도 하다.
쿠팡도 그 돈으로 해외업자를 배부르게 하지 말고 자체 IP의 좋은 대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본업인 쇼핑 사업 활성화를 위해 스포츠방송 콘텐츠를 이용한다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한국의 스포츠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대회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축구로 치면 2003년부터 10년간 열렸던 ‘피스컵 국제축구대회’ 같은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이다. 2015년에 시작되어 6년 동안 매년 열리다 지금은 사라진 ‘챔피언스 트로피 여자 골프대회’ 같은 대회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해외에 비싼 방송권료만 줄 게 아니고 가치 있는 대회를 만들어 지속성 있는 IP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돈을 벌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마스터스’ 골프대회를 만들면 어떨까.

전 세계인이 인지하는 ‘쿠팡컵 ㅇㅇ대회’ 를 만들어 보시라...
그렇다면 필자도 와우회원이 될 것이다.